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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률칼럼] ‘금고형 면허취소’ 의료법 개정안의 법적·현실적 문제점

2021-03-17


2021년 2월 18일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시 그 면허를 취소토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였습니다. 그 동안 언론에서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가 반발하는 것이 부각되어 마치 해당 법안이 의료인 중 의사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으나, 위 법안은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 및 간호사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의료계에 종사중이신 독자들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안의 내용을 보면 면허 취소 사유에 범죄의 종류와 무관하게 금고 이상의 실형, 집행유예,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 및 성범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사면허의 재교부 금지기간도 강화되었습니다. 실형을 받았을 경우 면허 재교부금지 기간을 집행종료 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강화되었고, 집행유예의 경우에도 기간 만료 이후 2년까지 면허 재교부가 불가합니다. 

 

주요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하면 그 면허를 취소하도록 함.

 

2. 미성년자에 대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또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그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사람은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하면 그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며, 영구적으로 면허 재교부를 금지함.

 

3. 의료인이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등의 경우에는 그 면허를 취소하지 아니하도록 함.

 

4.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에 대한 면허 재교부 요건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프로그램 이수를 추가함.

 

5. 면허를 재교부 받은 의료인이 면허정지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면허를 취소하고 5년간 재교부를 금지하며, 면허취소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를 영구적으로 금지함.


위 개정안은 그 개정이유로 ‘의료인 자질관리를 보다 엄정하게 하여 부적격 의료인을 퇴출시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을 면허의 결격사유로 하는 것은 준법의식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배제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사실만을 이유로 당사자를 사회·경제적 활동에서 배제하는 것은 개인의 생존권 및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이로 인하여 갱생을 포기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으므로 그 면허나 업무의 성질에 비춰 보아 과잉규제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는 것입니다. 

 

개정안의 개정이유에서는 변호사와의 형평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변호사의 경우에는 법률전문가로서 법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갖고 있고, 그 업무상 법률을 직접적으로 다루게 된다는 점에서 다른 직업과는 달리 그 직무 수행에 있어서 광범위한 윤리성과 공정성의 확보가 긴요한 직업이므로 범죄의 종류와 관계없이 일정한 형벌 이상의 전과사실을 결격사유로 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의료인의 경우에는 입법 목적과의 관련성을 고려해 해당 면허 및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범죄로 한정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단순 폭행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자까지 의료인 면허를 박탈하고 업무에서 오랜 기간 배제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방법이 직무관련 규정을 준수하게 함으로써 해당 사업이나 자격을 적정하게 수행하게 한다는 입법 목적의 달성에 적합한 수단인지 의문이 있고,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더라도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규제로서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변호사법 제5조 제2호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를 변호사의 결격사유로 본 조문의 합헌성을 결정한 판례에서, 직무의 공공성 및 직무범위를 의사와 달리 판단해, 변호사에게 적용되는 자격 결격사유를 의료인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

 

또한 개정안을 보면 의료인이 음주운전 그 자체 또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에는 면허가 취소될 수 있으나, 음주 수술 그 자체 및 음주 수술을 하여 사람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에는 면허 취소 사유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위와 같은 법적 문제에 더해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위 개정안이 통과되는 경우에는 다수의 의료인이 순간의 판단 착오로 인해 직무와 관련없는 범죄를 저질러 형사 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잠재적으로 면허 박탈의 위기에 처할 수 있게 되고, 그로 인해 수사절차 및 공판절차의 부담이 가중되어 상당한 비용을 변호사 보수로 지출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법원에서 처벌을 강화하는 범죄가 시대의 변화 및 여론 등에 영향을 받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의료인은 금고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가늠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죄를 저지르는 것은 문제이지만, 범죄에 참작사유가 있어서 해당 형의 집행 또는 선고가 유예되는 경우에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각종 보건의료정책을 의료인 단체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인 단체와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이러한 입법안은 의료인의 단체행동을 규제하는 방편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는 의료인의 ‘단결권’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는 의료인 단체와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의료인의 면허를 정지시켜야 할 정도로 밀접한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죄를 정밀하게 추려내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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